-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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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희망을 굽고, 나눔을 만드는 '달토끼네집'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멋진 풍경, 전통가옥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멋과 여유, 그리고 다채로운 이야기가 살아있는 도시 전라북도 남원.
광한루를 따라 고즈넉한 골목길을 걷다보면, 조그마한 토끼 조각상이 먼저 반겨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이 바로 박인선 사장님이 운영하는 ‘달토끼네집’인데요. 올해로 7년째를 맞은 ‘달토끼네집’에서 박인선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수해로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가게
"원래 근처에서 6년 정도 가게를 운영했어요. 그런데 2020년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하룻밤 사이 가게가 침수됐어요.
냉장고, 오븐은 고사하고 전자제품 하나라도 건져보려고 했는데 물에 젖어서 하나도 사용하지 못하게 됐죠."
침수된 가게를 복구하고 어떻게 해서라도 영업을 시작해보려 했던 박인선 사장님. 그러나 건물 주인이 바뀌면서 다른 가게를 알아봐야 했고, 이곳 광한루 근처에서 가게를 새로 짓기 시작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말렸죠. 코로나19 때문에 장사가 안될지도 모르는데 누가 가게를 오픈하냐고….
그래도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내가 열심히 하면 잘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날마다 심각해져 가는 코로나19로 자재비와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대출금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마지막 결심으로 그동안 모아놓은 돈과 남편의 퇴직금까지 몽땅 털어 가게에 투자하게 된 박인선 사장님. 어려운 시기지만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열심히 가게를 운영하면 빚도 금방 갚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암 판정과 2년째 접어든 투병 생활
"가게를 오픈하고 3-4개월 만인가요. 신장암 판정을 받았어요. 사실 조직검사를 했을 때도 심각한 병일 거라고 생각조차 안 했어요.
그래서 결과가 나왔을 때도 병원에 혼자 갔거든요.(웃음) 그런데 암 판정을 받았죠…. 그냥 너무 무서웠어요."
평소와 다름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던 박인선 사장님은 어느 날 호흡이 어려워 병원을 찾았습니다. 20대 중반부터 심부전을 앓아왔기에 심장의 문제로 생각하고 심장내과를 방문했죠. 그러나 심장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병원에서는 부신에 문제가 생겨도 흉통이나 호흡곤란이 올 수 있다며 관련 검사를 권했고, 검사 결과 신장암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가게를 열고 한창 손님 맞을 준비로 바쁜 박인선 사장님에게 날아든 청천벽력 같은 암 판정. 이미 앓고 있는 지병 때문에 보험이 없었던 박인선 사장님은 앞으로 지불해야할 치료비가 가장 먼저 걱정되었다고 합니다.
"의사 선생님이 신장을 최대한 절제하지 않고 암을 없애기 위해 로봇 수술을 권해 주셨어요.
그런데 선뜻 결정을 못하겠더라고요. 생활비, 밀린 카드 값, 대출금… 이런 게 먼저 생각났죠."
사장님은 경제적 부담감 때문에 신장암에 좋다는 약도, 최고 의술도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고 합니다.
내일 살아갈 ‘희망’을 선물해준 우아한 사장님 살핌기금
기적은 뜻하지 않게 찾아온다고 했던가요? 우연히 접한 배달의민족 사장님 톡에서 ‘우아한 사장님 살핌기금’을 접하게 되었다는 박인선 사장님. ‘우아한 사장님 살핌기금’은 배달의민족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외식업주에게 의료비 및 생계비를 지원하는 사업인데요. 사장님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평소에도 사장님톡을 자주 읽는 편이거든요. 그날도 이 사업을 보고 ‘과연 될까?’하면서 반신반의로 신청했죠.
지원 대상에 선정돼서 생활비라도 조금 보탰으면 하는 바람으로요."
박인선 사장님은 지원 대상으로 최종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뛸 듯이 기뻤다고 합니다. 건강 문제로 가게 운영에도 한계가 있어 대출로 생활하고 있었는데 겨우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고 하네요.
"지원금은 우선 병원비에 사용되었고, 생활비로도 사용했어요. 밀린 카드 값도 지불하고….(웃음)
너무 힘든 순간에 이렇게 큰 도움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기대하지 못한 순간에 너무 큰 도움을 받아 다시 희망을 품게 되었다는 박인선 사장님. 지금, 이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겪고 있는 전국의 외식업주님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힘찬 응원의 말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조금만 버티세요, 견디세요'라는 말도 모호한 것 같아요. 그냥 모두가 그동안 열심히 살아서 잠깐 쉬어간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잠깐 쉬었으니까 이게 원동력이 되어 멋지게 재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저도 그동안 너무 열심히 살아서 아픈 거라고 생각했거든요.(웃음)"
나눔의 가치를 알고, 더 큰 나눔을 실천하고 계신 박인선 사장님
"건강도 점점 회복하고 있어서 이제 본격적으로 가게를 운영하려고 해요!
가게를 오픈하면서 목표가 있었는데, 하나씩 차근차근 이뤄보려고요."
결혼 전 한 대기업의 베이커리 사업부에서 메뉴 개발 업무를 담당했던 박인선 사장님은 결혼 후, 남편의 직장을 따라 이곳 남원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와 경력을 바탕으로 약 10년간 요리 수업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인근 특수학교에서 요리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박인선 사장님. 긴 세월 현장에 있다 보니, 현장의 문제점을 몸소 느끼게 되었는데요.
"남원이 워낙 작은 도시이다 보니, 특수학교 아이들이 바리스타나 제빵 교육을 받아도 직업 훈련을 하거나 취업할 곳이 없어요.
그래서 가게를 준비하면서 일주일에 2번 정도는 제가 운영하는 곳을 실습이나 일상생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내어주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죠.
건강이 회복되면 빨리 이것부터 먼저 실행하고 싶어요!"
치료받는 동안에도 꾸준히 특수아동을 대상으로 요리 수업을 진행하고, 틈틈이 사회복지학 학위와 사회복지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는 박인선 사장님. 뜻하지 않은 도움을 받았기에 이 도움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잘 알고 계신다는 사장님은 ‘달토끼네집’이 나눔의 공간으로 활용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그냥 모든 게 다 감사해요!
아플 때도 SNS로 제 소식을 물어주시는 손님도 계시고, 제 수업을 애타게 기다리는 아이들도 있어요.
제가 더 힘내서 열심히 살아야 하는 소중한 이유죠. (웃음)"
토끼를 좋아하는 사장님의 취향을 듬뿍 담아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채웠던 ‘나만의 가게’는 곧 ‘모두의 가게’가 될 것 같네요!
나눔의 가치를 알고, 더 큰 나눔을 실천하고 계신 박인선 사장님이 계신 곳, 여기는 ‘달토끼네집’입니다.